안녕하세요. 교보아트스페이스 최희진 디렉터입니다. ‘2025 경주 APEC’으로 세상의 시선이 한 곳에 집중됐던 시절, 교보아트스페이스는 10월 25일 조용히 「포트레이트 Portrait: 책으로 연결된 시간」 전시를 시작했습니다. :) 조용히 시작했음에도 오픈 이후 많은 분들이 방문해 주시고 좋은 피드백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시는 12월 7일까지 진행되니 편하게 교보아트스페이스에 방문해 주세요. :) 교보아트스페이스는 서점 내 예술공간이기에, 책을 보러 오셨다가 ‘어? 교보문고에 이런 공간이?’라고 의아해 하시며 방문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보아트스페이스는 예술에 익숙하지 않은 책 애호가분들이 어떤 장르의 예술을 어렵다 여기시는지 열심히 모니터링 하는데요.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한번 그 장르가 바로, ‘사진’이라는 것을 2년 전의 전시(<올해의 기억>)를 떠올리며 느끼고 있습니다.ㅜㅜ 많은 분들이 ‘사진을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많이 갖고 계셨어요. 그래서 교보아트스페스는 사진 작품 감상에 대해 좀 더 길잡이를 해 드리는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레터를 읽으시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그럼 세번째 레터를 시작하겠습니다. 세번째 레터는 정멜멜 사진가의 이야기입니다.
#김해인 #김기남
정멜멜 작가님의 촬영이 종일 파주에서 진행되어야 했던 그날도 아침부터 무척 더웠습니다. 출판단지에서 근무를 해 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고 좋아하는 카페, ‘커피발전소’로 갔습니다. 오전 시간 파주의 조용함과 카페의 평온함. 작가님은 함께 작업을 도와주시는 분과 오셨고, 저희는 카페에 한동안 머무르며 그날의 촬영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메일로 이미 기획의 내용을 공유하고 방향을 결정했지만, 그럼에도 그 결정이 최선일지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점심 시간쯤 첫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그날 첫 촬영을 할 인물은 현재 출판사 만화부에서 일하고 있는 김해인 편집자였습니다. 점심 시간에 맞춰 출판사로 찾아갔고, 출판사 건물 내에서 촬영하기로 했던 사전 기획에 맞춰 내부의 이곳 저곳을 확인했습니다.
김해인 편집자는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는 만화가 ‘와야마 야마’를 꽤 일찍부터 눈여져 보고 출판까지 연결시킨 편집자였습니다. 그날의 촬영은 김해인 편집자가 평소 소중히 여기는 피규어들을 활용하기로 결정하여서 촬영 장소에서 피규어들을 배치하는 것도 꽤 신경을 쓰며 진행했습니다. 정멜멜 작가님은 쭉 둘러보신 후 통로 공간과 복도 공간 등 촬영 위치를 결정하셨고 바로 본격적인 촬영이 진행됐습니다.
정멜멜 작가님의 촬영을 옆에서 보면서 밋밋한 사무공간을 새롭게 인식하고 발견하여 영감의 장소로 변화시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건물 내 계단 공간에서의 촬영은 더욱 그런 생각이 들게 했어요. 김해인 편집자도 평소 업무를 위해 지나다녔던 공간에서의 촬영을 재밌어 했습니다.
그렇게 김해인 편집자와의 촬영을 마치고, 다음 촬영을 위해 김기남 인쇄 기장님이 근무하시는 J&D 바인텍으로 이동했습니다. 김기남 기장님은 20여년간 책을 만들어 온 분이셨어요. 기장님이 일하시는 J&D 바인텍은 종이에 인쇄하고 제본하여 손으로 쥘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공장이었습니다. 소설가, 시인과 같은 작가들이 데이터 파일로 원고를 완료해도, 이후 인쇄 공정을 거쳐서 책을 물리적으로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독자들은 책을 읽을 수 없겠죠.
책을 ‘물리적으로’ 만드시는 분의 포트레이트 촬영을 위해 공장에 도착해서 책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예상대로 다양한 공정이 필요한 공장은 소음이 무척 컸어요. 그럼에도 책을 좋아하시는 정멜멜 작가님은 책이 만들어지는 장소를 흥미롭게 바라보시며 김기남 기장님의 촬영을 위해 공간을 구석구석 살펴보셨습니다. 김기남 기장님의 촬영 스팟은 공장의 입구와 바인텍 기계 주변 등으로 결정하고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공장 입구에서의 촬영이 진행되었습니다.
평일에 진행한 촬영이어서 근처에는 함께 근무하시는 동료분들도 계셨어요. 그래서 정멜멜 작가님의 카메라에 기장님의 풍경처럼 동료분들이 자연스럽게 담겼습니다. 그 장면을 흥미로워 하시던 정멜멜 작가님은 교보아트스페이스의 「포트레이트 Portrait: 책으로 연결된 시간」 전시에서 김기남 기장님 뒤로 동료분이 보이시는 사진을 최종 전시 작품으로 셀렉하시기도 했습니다.(전시장에 오셔서 확인해 보세요.) 그렇게 입구에서의 촬영을 끝내고 공장 안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책을 만드는 공장 내부는 촬영을 하면 할수록 매력적인 장소였습니다. 소음이 크고 곳곳에 종이들이 무너질 듯 높이 쌓여져 있었지만, 결국 책이라는 것은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만들어진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책을 제본하는 기계의 중간에 서 계신 김기남 기장님의 사진은 결국 정멜멜 작가님의 픽이 되었고, 완성된 사진 역시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 그럼 네번째 레터로 다시 오겠습니다. :)